출가 한지 40년째! 단 두벌의 승복으로 깊은 산골에서 은둔하며 수행중이다?! 주지 소임까지 맡던 그가 자연으로 간 이유는? [자연의 철학자들 KBS 20221125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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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d 2024-01-29
■ 자연 속에서 넘치지 않게 사는 삶
여기, 38년째 깊숙한 산골에 은둔하며 수행을 이어가는 이가 있다. 그는 문명을 맹목적으로 쫓는 세태가 두려워 그에 대한 나름의 저항으로, 자연으로 몸소 들어갔다는 육잠 스님이다. 전기와 전화, 수도조차 없는 거창 산골에서 20년을 보낸 후, 경북 영양으로 옮겨와 10평(33㎡) 남짓한 암자를 직접 짓고, 고요히 정진 중이다. 그 세월이 10년째다. 1982년 출가해 이십 대에 주지 소임까지 맡고, 시·서·화(詩·書·畵)에 능해 전시회도 여러 번 열만큼 비범했지만 자연 속에서의 단순하고 소박한 삶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는 스님. 아침이면 햇빛에 세수하고, 밤이면 달빛 아래에서 군불을 쬐고, 사각거리는 가을 숲을 걷고, 소박한 꽃을 보는 삶이 또한 즐거움이란다. 스님은 부족한 듯 보여도, 결코 모자라지 않은 텅 빈 충만을 하루하루 자연 속에서 만끽하며 살아간다.

■ 선농일치(禪農一致), 농사는 마음 밭을 가는 일
스님은 쌀을 제외한 모든 먹거리를 손수 가꾼다. 배추부터 무, 호박, 고추, 들깨, 더덕에 이르기까지 먹을 만큼만 심고 거두어 식량을 마련한다. 하지만 농사가 단순히 식량을 얻기 위함만은 아니다. 움트는 싹을 보며 생명의 경이를 배우고, 궂은 날씨로 인해 엉망이 된 밭 앞에선 자연에 순응하는 법을 깨친다. 농사란 곧, 마음 밭을 가는 일. 이른바, 선농일치, 농사가 곧 수행인 것이다. 어둠이 깔리면 스님은 호미를 내려놓고 붓대를 잡는다. 조용히 먹을 갈아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린다. 낮에는 몸으로 농사를 지었으니 밤에는 묵(墨) 농사를 짓는 거란다. 농사도 서예도 더 잘 해내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히면, 결코 잘 될 수 없다는 육잠 스님. 오늘도 그렇게 마음 밭을 갈며 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 생명불식(生命不息), 살아 있는 것은 다 부지런 하라
산중에 살면 한가한 듯 보여도, 오히려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한 계절도 온전히 살아내기 어려운 것이 산골 생활이다. 특히 겨울이 되면, 영하 20도 추위와 싸우고 얼어붙은 수도와 씨름해야 하는 날이 부지기수다. 그 겨울을 몸으로 견뎌내다 보니 ‘지게 도인’이 됐다는 스님. 지게를 짊어지고 산으로 올라가 일용할 양식을 찾고, 땔감으로 사용할 나무를 마련하는 게 일상이다. 지게에 흙을 옮겨가며 울퉁불퉁한 산길을 보수하는 것도 스님의 몫. 밥값을 해낸다는 마음으로, 이런 게 산승이 살아가는 방편이며 도리이기에 부지런히 움직이고 또 움직인다. 그래서 육잠 스님이 늘 화두처럼 생각하는 말이 ‘살아 있는 것은 쉬지 않고 움직인다’는 뜻의 ‘생명불식(生命不息)’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굶어 죽지만, 또 몸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또 하루가 거뜬하게 살아지는 것이 인생이며, 산 자의 몫임을, 자연스레 배운다.

■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렇게 홀가분하게
‘세상은 꽃으로 아름다워지고, 그 아름다움이 있어 이 땅에 생명을 기를 수 있다’는 스님. 하얀 박꽃을 보기 위해 심었다는 박은 소중한 양식이 되고, 속을 파낸 박은 바가지로 만들어 귀한 세간으로 쓴다. 출가한 지 40년째인 스님에겐 승복이 단 두 벌뿐이다. 닳으면 기워 입고, 또 기워 입어왔다. 황소바람이 들락거리는 살창도 바꾸지 않고, 가을마다 창호지를 새로 발라 예전 살던 모습 그대로 산다. 모든 물건은 스님 손에 들어오면 기본이 10년이다. 살림도 그다지 필요치 않다. 없으면 없는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자연 속에 살면 굳이 많은 것이 필요 없다는 스님. 단순하고 소박해질수록 마음은 홀가분해지는 것을. 지게 하나만 있어도 얼마든지 풍요로울 수 있음을. 제 몫을 다 하고, 더는 바라지도 요구치도 않는 빈 지게처럼 인생은 허허로운 것임을 육잠 스님은 자연 속의 삶으로 말하고 있다.

내츄럴 휴먼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 - 빈 지게처럼 허허롭게

#자연의철학자들 #암자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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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omments (21)
  • @user-po4bn9jx4v
    학문 그림 시 수행 너무나 훌륭하십니다~ 텅빈 충만 욕심을 다스리고 살아야겠습니다~ 스님 건강하세요~
  • @user-cd8ot5kb7t
    단 두벌의 승복.... 성철스님의 재현 같습니다. 자리싸움 하는 그들보다 노름하다 걸린 그들보다 비싼자동차 타는 그들보다 검소하신 육장 스님이 진정한 스님 같습니다....
  • @user-uc4gy6qt3z
    참스님이십니다.최고십니다.존경합니다.🙏🙏
  • @Spielraum2020
    공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수행하시는 분이 있다니! 나의 외로움이 별거 아니겠구나. 더 외로워지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user-we3zh4rl2f
    제가 화면으로만 뵙지만, 만난 사람중에 자연과 불교가 가장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한마디 한마디가 시가되고 삶의 자양분이되는 소박, 담박한 법문입니다.
  • @lee-iv2jl
    참 존경합니다 도심에 큰사찰이든 각교구본사 스님들 귀감이 되었으면 합니다 .
  • @user-ge5jy9xy2u
    스님 정말대단하심니다 ~늘 건강하세요 스님
  • @user-nk2pk8xe1m
    보는 내내 너무 힐링됩니다 그저 빈지게처럼 허허롭게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느거겠지요 부럽습니다 스님~~^^
  • @user-bo2bl3wh9x
    이분은 진짜 참 스님인듯 합니다 건강하세요
  • @happy-rb6yb
    아이고 김장끝났다~~ 빵 터졌어요 어딘지는 모르나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 @user-ml1et4pf7x
    비우며 사는모습 소중하고아름답습니다 건강하세요
  • @user-mu5fx8gv3l
    스님의 청빈한 삶에 감동했습니다! 육잠스님 감사합니다!
  • @user-xl6wr6fc7c
    참 이런분이 몇분이나 되겟나~ 종교인들도 욕심이 많은데~ 배울점이 많습니다 내심도 깨끗 하신분 같고 종교인분들도 수십분들을 뵈었지만 이런분은 처음인것 같네요 배울점, 본받을점, 자연사랑등등 이세상에는 이런분들이 많았으면 합니다👍
  • @user-fx8tu3fl4m
    대단하십니다 참다운 인간 이십니다 마음을 배우고 갑니다. 스님의 앞길에 행운 건강이 함께 하시길 빕니다
  • @user-mp4up9vy5r
    육잠스님 나오신 동영상만 찾아보고 또 찾아보고 이젠 또 맘이 괜시리 뒤죽박죽일때 다시 찾아보면 뭔가 내 맘도 다져지는기분이랄까 이런분을 동영상으로나마 알게되서 참 감사할따름 꼭 한번 찾아뵙고싶어요
  • @user-ji5rm3ni9j
    인자하게 보이는 스님 자연과 함께 사는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성불하세요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