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지 못한 검

2024-05-27に共有
Mix Tape - 대장간
4. 베지 못한 검

Verse

음악 하기로 마음먹은 군대 막 전역한 빡빡이
캐릭터성 하나 가져보겠다고 길겠다고 한 머리칼이 어느새 허리까지 흘러 내려가 버리고
삼 년 동안 눈에 띄게 보이는 변화는 고작 긴 머리카락 하나
와 더 이상 마냥 어리다고 하지 못하게 먹어버린 나이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안 했냐 하면 증명할게 없는 건 안 한 거나 마찬가지지
이뤄내지 못했다면 그냥 노력 덜 한 놈일 뿐이지
가치 없는 물건은 어떤 곳에도 기록되지 않아
아무것도 베지 못하는 검이라면
다시 녹여 해야겠지 연마와 담금질
수 백번 두들겨 봐도 이젠 아프진 않겠지
이제 보일 창창한 내 앞길

덕에 그 누가 뭐라 해도 난 내 음악을 온전히 믿을 수가 있어
아마추어가 랩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평가해도 하나도 듣지는 않겠어
내가 최고라 생각하며 힙합을 하지 않는다면 시발 그걸 도대체 왜 하겠어
나 자신을 내가 사랑하지 않고 전혀 믿지 않아도
수백수천 번 두들겨 만든 음악만은
유일무이 내 자부심 긍지 자존감
몸뚱아리는 수 천 번 꺾이고 부러져도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낸

이 검 한 자루가 부러질 소냐
28년 동안 녹이고 때리며 갈아서 만든 건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뭣같이 생겼을지 언정
성능 하나는 보장해야지
들어간 철강의 이름은 열등감
손잡이의 소잰 끝없는 우울감
장식은 선인장 감쌀 칼집 따윈 없지

포텐 터트린 적도 없었는데 김빠져버린 콜라같이
스스로 목을 옥죄어 창살 속에 가둬버린 병신은 나지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도 꾸역꾸역 쳐 기어 올라오는 벌레같이
근데 뭐 어쩔 건데 손목 잘리기 전까지는 마이크 꽉 잡고 버텨야지
잘하는 게 이거뿐인데

모래가 섞인 고기덩어릴 베어 물어버린 듯한 썩 불쾌하기만 한 기분이긴 해도
냉기 가득 찬 공기를 마셔 폐가 시려 얼어붙을 거 같은 경험을 하긴 했어도
살아남았으면 증명해야지 존잴 어느 구석 텅 이에서라도 기록되어
기억 속에서도 살아가야지 무교인 만큼 죽고 난 내 삶에 이후 따윈 없으니

이번 한 달만은 일 년처럼 살아볼까 마치 꽉 눌러 담은 거봉 밥처럼
이렇게 해도 안될 거는 거의 기정사실
시돈 해야지 세상의 시선들이 무서워

물론 실패하는 게 두려워 도전을 하지 않는 거지만
이젠 실패했다는 눈초리가 더 무서워서 하지 못한 이유
겁 때문이 아니라 세상 때문이 되어 버린 건 대체 언젠건지
시발 전부 다 헤쳐 나가서 첫 계단을 사뿐히 밟아볼게
응원들 해줘 내가 진짜 증명해서 이뤄 내볼게

📩mail : [email protected]

📷Insta : Poorwaterdeer

🎶Sound Cloud : soundcloud.com/shin-629179182/tra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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コメント (4)
  • Verse) 음악 하기로 마음먹은 군대 막 전역한 빡빡이 캐릭터성 하나 가져보겠다고 길겠다고 한 머리칼이 어느새 허리까지 흘러 내려가 버리고 삼 년 동안 눈에 띄게 보이는 변화는 고작 긴 머리카락 하나 와 더 이상 마냥 어리다고 하지 못하게 먹어버린 나이 그래서 정말 아무것도 안 했냐 하면 증명할게 없는 건 안 한 거나 마찬가지지 이뤄내지 못했다면 그냥 노력 덜 한 놈일 뿐이지 가치 없는 물건은 어떤 곳에도 기록되지 않아 아무것도 베지 못하는 검이라면 다시 녹여 해야겠지 연마와 담금질 수 백번 두들겨 봐도 이젠 아프진 않겠지 이제 보일 창창한 내 앞길 덕에 그 누가 뭐라 해도 난 내 음악을 온전히 믿을 수가 있어 아마추어가 랩하는 정도의 수준이다 평가해도 하나도 듣지는 않겠어 내가 최고라 생각하며 힙합을 하지 않는다면 시발 그걸 도대체 왜 하겠어 나 자신을 내가 사랑하지 않고 전혀 믿지 않아도 수백수천 번 두들겨 만든 음악만은 유일무이 내 자부심 긍지 자존감 몸뚱아리는 수 천 번 꺾이고 부러져도 단단하고 날카롭게 벼려낸 이 검 한 자루가 부러질 소냐 28년 동안 녹이고 때리며 갈아서 만든 건데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아서 뭣같이 생겼을지 언정 성능 하나는 보장해야지 들어간 철강의 이름은 열등감 손잡이의 소잰 끝없는 우울감 장식은 선인장 감쌀 칼집 따윈 없지 포텐 터트린 적도 없었는데 김빠져버린 콜라같이 스스로 목을 옥죄어 창살 속에 가둬버린 병신은 나지 항상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도 꾸역꾸역 쳐 기어 올라오는 벌레같이 근데 뭐 어쩔 건데 손목 잘리기 전까지는 마이크 꽉 잡고 버텨야지 잘하는 게 이거뿐인데 모래가 섞인 고기덩어릴 베어 물어버린 듯한 썩 불쾌하기만 한 기분이긴 해도 냉기 가득 찬 공기를 마셔 폐가 시려 얼어붙을 거 같은 경험을 하긴 했어도 살아남았으면 증명해야지 존잴 어느 구석 텅 이에서라도 기록되어 기억 속에서도 살아가야지 무교인 만큼 죽고 난 내 삶에 이후 따윈 없으니 이번 한 달만은 일 년처럼 살아볼까 마치 꽉 눌러 담은 거봉 밥처럼 이렇게 해도 안될 거는 거의 기정사실 시돈 해야지 세상의 시선들이 무서워 물론 실패하는 게 두려워 도전을 하지 않는 거지만 이젠 실패했다는 눈초리가 더 무서워서 하지 못한 이유 겁 때문이 아니라 세상 때문이 되어 버린 건 대체 언젠건지 시발 전부 다 헤쳐 나가서 첫 계단을 사뿐히 밟아볼게 응원들 해줘 내가 진짜 증명해서 이뤄 내볼게